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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 의원에 가면 생기는 일
글쓴이:행복가득   자동점프날짜 2021-07-29 (목) 14:06 오늘조회수: 1859 날짜:21.07.29(목)14:06:25   https://www.1004ya.net/b300//304

어제 갑자기 위염 증세가 재발을 해서 오전에 좀 끙끙 앓다가

오후쯤 되니 아무래도 더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희집 주변은 서울의 완전 변두리이며 시골 같은 느낌의 동네입니다.

(아프다더니 갑자기 웬 동네 소개?ㅋ)

한적하고 건물들도 다 낮고 아담한데다 산이 가깝고 호수도 있어서 

그 부분이 넘 맘에 들어 자리를 잡게 됐는데요.

좀 불편한걸 꼽아보자면 시장이 멀다는 것,

그리고 남자분들의 경우, 주변에 술 한잔 할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주변에 워낙 초,중,고 학교가 즐비하다 보니

무슨 정화시설 법규 때문에 업종에 제한이 있다고 하던데 전 그 부분도 참 맘에 들었어요^^ 

덕분에 동네가 참 깨끗해보였거든요.

장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 인구 유입량도 많지 않았고

희안하게도 그렇게 작은 동네임에도 병원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가정의학과 의원이 3개, 치과가 2개, 한의원 2개, 동물병원 1개..엄청 많죠?

그런데...ㅠㅠ 이론이론~ 

저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가 점점ㅠㅠ저희 동네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었네요.

 

우선, 최근 한 병원이 밤에 짐을 모두 챙겨 야밤도주를 했다고 합니다ㅠㅠ

또 한 병원은 걸핏하면 쉬기 일쑤입니다.

(이 병원도 좀 위험하네요ㅠㅠ조만간 문을 닫을수도..)

그래서 마지막 남은 병원으로 사람들이 엄청 몰리고 있었는데요.

전 그걸 모르고 어제 나갔다가 된통 고생을 한 것이지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꽉 차 있나 해서 뒷걸음질쳐 딴 병원으로 갔던 저는

병원이 쉰다는 표지판을 보고 그냥 집에 갈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왕 집에서 나온 김에 약은 가져가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문열린 병원으로 돌아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환자들 대기 순서에 제 이름을 입력하고 간호사님들의 책상 위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때부터 긴긴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환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병원이 하나라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백신을 맞기 위한 분들이더라구요.

다들 들어오시면 "백신"이라고 말했고

간호사님들이 "신분증"이라고 답했지요.

 

점차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참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우왕좌왕 그 자체라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해지더라구요.

 

일단, 이 작은 병원에서는 밀려드는 백신 접종자들에 대해 

전혀 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백신에 대한 설명과 백신을 맞고 나서 주의사항, 다음 접종에 관한 안내 등등을 해줘야 하는데

앵무새처럼 환자들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의사선생님도 지치고 간호사님들도 지치고,

일반 진료를 보러 오신 환자들도 기나긴 기다림에 힘겹고,

서로의 동선은 얽히고 순서도 뒤섞여서 다음에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다행히 진료는 봤는데 주사를 맞아야 하는 한 아주머니께서 간호사님들이 멘붕에 빠져있느라 

한시간을 더 기다리는 경우도 발생했지요.

 

결국 의사선생님이 씩씩대며 환자들이 모인 대기실로 나오셨습니다.

"지금 백신 맞으러 오신 분? 열분 밖에 안돼요? 제가 지금부터 여기서 백신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게요"

 

반복 설명에 진빠지고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에 짜증이 나서 

생각다못해 대기실로 나와 단체를 향해 설명을 하시기로 하신거지요.

은근슬쩍 저도 끼어서 백신에 대해서 듣게 됐네요ㅋ 

 

잘 들어보니 가장 위험한게 알레르기성 쇼크라고 합니다.

그 쇼크 반응은 빠르면 15분 이내 늦으면 3시간 이내에 발생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주사 맞은 후 15분 동안은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고 하네요.

집에 돌아갔다가 만약 3시간 즈음해서 알레르기 비슷한 반응...숨을 못쉰다던가 몸이 붓는다던가 가렵다던가 하는 느낌이 온다면

병원에 돌아오긴 시간이 넘 걸리고 바로 119를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5명이 한 조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데나 있으면 안된다고 하셨고 

대기 장소도 따로 지정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체로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면 뭐하나요ㅠ

설명 중에도 계속 새로운 백신 접종자들은 밀어닥치는데..

 

간호사님들이 나이 지긋하시고 참 인상 좋으신 분들이었는데

이미 눈은 촛점을 잃었고 넋은 나갔고 빨리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눈치였습니다.

 

시청각 자료를 제작해서 들어오는 백신 접종자마다 순서대로 보게끔 하고

이 병원에서의 이동 동선 등등 지시사항들도 자료를 통해 지시를 하면

모두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더라구요.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 폭풍우가 계속 칠 수 밖에 없고

연세 많으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들이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보기에도 위태위태해보이네요ㅠㅠ

 

한시간 반 기다려서 간신히 저도 진료를 보긴 했지만

정글 생태계에서 저를 구할 수 있는 건 저 밖에 없다는 생존의식이 저절로 일어나

계속 간호사님들께 저의 존재를 각인시킨 후에야 진료실에 입성할수 있었지요ㅠㅠ

 

지쳐서 짜증이 가득한 의사 선생님은 진료에 있어서도 너무나 형식적이었고 

제가 무슨 설명만 하자치면 말을 탁 막은 채

'예 , 아니요'로만 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ㅋ

이게 제대로 약을 받아서 나온건가 좀 의아한 기분이 들긴 했는데

연세 많은 의사선생님의 예민함이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약을 먹고 많이 호전돼서 가능하겠죠?ㅋ

 

의료진 분들을 비롯해서 우리 모두 생전 처음 보는 세상, 처음 겪는 일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처음이니 낯설 수 밖에 없고 혼란 속에 빠져있는건 지극히 당연한데요.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장 큰 문제점을 파악한 후

당장 바꿀 수 있는 것, 당장 바꿀 수 없더라도 시간과 인력과 비용이 필요한 것, 아예 바꿀 수 없는 것 등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후 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혼돈의 정국에서 우리가 버텨낼 수 있는 에너지는 과히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에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 데이터량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에서도 대학 수업을 자유자재로 들을 수 있는 시대인데요.

그만큼 독점됐던 전문가의 정보들이 오픈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제는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던져졌을 때 빨리 적응하는 인물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해요.

 

예를 들면 여러분이 어떤 접해보지 않은 분야에 새로 도전해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고통스럽게 많은 것을 머릿속에 넣는 노력 보다는

그 정보를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빨리 공부에 적응하고 자신을 변화시켜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인물이 기업에서도 더 필요해졌다는 것이지요.

 

수명이 길어지고 업종의 생멸이 빨라지면서

평생 적어도 3개에서 5개의 직업을 갖는 시대가 도래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동네 의원의 예를 들어봐도 환자들은 보다 많은 의학적 지식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상황 정리를 빨리 끝내고 모든 사람들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신속한 판단과 유연성을 지닌 분이 더 절실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절대 병원에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아니구요.

다소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랍니다.

평생을 이 시골같은 동네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진료해주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들의 은혜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요.

 

예전에 손을 다쳐서 그 병원에 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시며 안심시켜주셨고 정성껏 치료해주셨던 선생님~!

 

이젠 그 따스함은 온데간데 없고ㅠㅠ

악에 받쳐 히스테리컬한 괴팍한 분으로 인상 조차 변모해가고 계시는데..

결국 모든 건 코로나가 문제네요ㅠㅠ

코로나 니가 잘못했네, 나쁜 코로나ㅋㅋㅋ

 

요즘엔 되도록 아프지 않는게 우리도 편하고

일이 너무 많은 동네의원을 도와드리는 게 아닐까 싶네요.

암튼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오늘도 모두들 건강하구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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