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참 많은 분들께 아픔과 고통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성향에 잘 맞는 면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를 통해 저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고 할까요?
일전에 최강희가 TV에 나와 한 말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요.
"'보고 싶어'라고 문자를 보냈을 때 상대에게 전화가 오면 부담스러워 받지 않아요.
보고 싶다는 감정과 통화한다는 것, 직접 만나는 것, 세개 모두 저에게 완전히 별개이거든요"
저만 그런줄 알았더니 비슷한 사람들이 또 있다는 것에 많은 위안과 공감이 됐던 말~
정말 맞습니다.
저처럼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보고 싶은 것, 통화하는 것, 만나는 것...
세개의 상황이 각자 별개로 인식이 되고 각각 다른 에너지를 써야 하며
미리 마음의 준비가 모두 다 다르게 선행돼야 합니다.
그러니 누군가와 카톡을 주고 받다가
"언니~보고 싶다. 지금 갈까? 차 안막히면 30분 안에 집에 도착할 것 같은데.."
이렇게 나와버리면 그야말로 머릿속이 멘붕이 되지요.
그 사람이 보고 싶지 않다거나, 혹은 저를 보고 싶어하는 감정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즉흥감정에 들떠 대뜸 내지르기 이전에
상대방도 괜찮은지에 대한 배려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내성적인 사람에겐 아무리 좋은 마음이더라도 반강요로 느껴질수도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거절을 잘못하거든요ㅠ
오래전부터 계획하지 않았던 갑작스런 만남에 대한 제안은
즐거운 일상의 리듬을 깨버리고
당황스러움, 답답함, 버거운 마음상태를 야기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뭘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구요?ㅋ
저도 잘 알구 고쳐보려고 노력했지만 잘되질 않네요.
타고 나기를 그렇게 타고났으니 어쩌겠나요ㅠㅠㅠ
그러니 코로나로 인해 만남이 오히려 눈치보이고
마스크를 써서 자기 자신을 어느정도 감출 수 있는 요즘 분위기가
저에겐 너무나 잘맞는 것이지요.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님이 쓰신 칼럼입니다
"외향성의 제국에서 소외된 삶을 살았던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마침내 해방의 날이 왔다.
'제가 좀 내성적이라서요..'라며 둘러대야 했던 구차함이 사라지고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성적인 사람의 고통을 모른다.
팀 프로젝트, 활동 중심의 사회생활, 조찬모임 등등은 내성적인 사람을 괴롭힌다.
사회생활이 외향적인 사람에게 축제라면 내성적인 사람에겐 힘든 시험일 뿐이다.
외향성이 행복에 유리하다는 연구들을 쏟아내며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던 심리학이 결정적 주범으로 작용하면서
외향적인 사람은 금수저가 되고 내성적인 사람은 흙수저가 되는 강고한 외향성의 제국이 완성되었다.
외향성의 제국은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싫어하고 웬만해서 갈등도 회피한다.
갈등 자체보다 갈등이 만들어내는 자극의 과잉이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이 외향성의 제국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성적인 사람에게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외향적인 사람에게 형벌이라면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취미이자 특기이기 때문이다.
운동장은 이제 반대로 기울고 있다.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인 척 연기할 이유가 사라졌다.
삶의 모든 순간이 해명일 때 그 삶은 얼마나 비루했던가?" (발췌 후 중략)
어떠세요? 내성적인 분들께는 정말 힘이 되는 내용이죠?ㅎㅎㅎㅎ
물론 앞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이 되면 또 어떻게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성적인 우리들에겐 예전보단 더 편한 세상이 펼쳐진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어른한테 문자를 해? 직접 전화를 해야지! 예의도 없네"
"아니..제삿날 일있어서 못간다구 왜 직접 말을 못해? 왜 내가 가서 말을 전해줘야 하냐구!
얼마나 성의없게 보이겠나?"
저희 남편에게 들었던 타박인데요.
제가 예의가 없거나 누군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단지 전화를 하기까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슨 말로 해도 이해를 못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이지요.
내향적인 사람들이여~!
오늘부터 가슴을 활짝 펴고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카톡을 보냅시다!
'코로나 때문에 안돼! 만나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넌 뉴스도 안보니?'
이젠 멘붕에 빠지지도 말고 외향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지도 말고
남이 원하는대로 연기하지도 말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대로 말해도 되는 세상을 즐기자구요~
오늘은 특별하게 내성적인 분들께 화이팅 기운 보내드릴게요~
모두들 아자아자 화이팅!!!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