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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가 미워라~

행복가득    점프날짜: 2022-04-01 (금) 14:59   조회수(총): 2397

얼마전 급하게 아메리카노를 사러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일정이 빠듯해서 커피전문점에 갔다 올 시간이 딱 20여분 정도 밖에 남지 않자

괜히 커피 한잔 때문에 급하게 움직일 생각을 하니 귀차니즘이 확 앞서기도 했지요.

오늘은 건너뛸까도 싶었지만 워낙 커피광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시계를 계속 확인하며 마스크와 모자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왕 나가는 김에 세탁소에서 옷도 찾아다달라고 남편이 부탁하네요.

'시간이 될까?' 잠시 머리를 굴려본 후 빠듯해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확 뾰루퉁해지더라구요.

커피 사러 갈 시간은 있으며서 바로 근처에 세탁소 갈 시간은 없냐는 건데요.

'그래! 기왕 가는 김에 전력질주다!' 우다다다 달려나갔습니다.

 

먼저 세탁소에 들러 인사도 대충하고 옷부터 급하게 찾았습니다. 

다행히 세탁소 사장님이 자리에 계셨고 딴 손님도 없었기 때문에 찾는데 몇분 걸리지 않았어요.

오케이~! 여기까진 아주 좋았어!

그런데 이론이론~겨울옷이라 옷 부피가 상당하네요ㅠ

주렁주렁 바리바리 힘겹게 들고 걸어오면서 '어? 이건...좀...곤란한데?' 싶었습니다ㅋ

 

이 걸음 속도로는 도저히 제가 좋아하는 커피전문점에 들를 시간이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주변을 휘 둘러봤더니 세탁소 주변에 수제쿠키, 커피,도넛 등을 파는 가게가 보이네요.

아쉽지만 전문점 커피는 포기하고 오늘은 새로운 커피를 한번 마셔보자 마음먹고 휙하니 들어갔습니다.

 

아주 작고 아담한 가게 안 카운터쪽에 손님 한 분과 여사장님이 서 계셨어요.

손님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요.

주문을 받고 음식을 준비하며 두분이 신나게 수다를 떨고 계시더라구요.

저는 세탁물을 든 채로 옆에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화는 주로 어린이집과 학교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두분 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두고 계신 것 같았고 

이 어린이집은 어떻더라 저 곳은 어떻더라 진지한 정보가 계속 오고갔습니다.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계속 이어지는 대화가 끝도 없이 길어지자 

저는 점차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계속 옆에 서 있는데도 사장님이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아무것도 묻지 않아

마음이 급한 저는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하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습니다.

 

제 생각엔 다른 손님꺼 음료 준비하시면서 제 음료도 준비해주시면 

시간이 다소 절약될거라고 생각한거지요.

그런데 직후 황당한 일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사장님의 표정에 싸늘함이 감돌면서 침묵이 잠시 이어지더니 

저에겐 여전히 가타부타 말이 없고 쳐다보지도 않는 거에요.

제 말이 들렸는지 안들렸는지 가늠조차도 안되는 답답함에 다시 좀더 큰 목소리로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사장님이

"지금 딴 손님꺼 준비하고 있잖아요!!!" 날카롭게 내지르는 거에요.

저는 놀라서 멍~~해졌습니다.

'이게 뭐지? 뭐가 잘못된거지? 내가 잘못한건가?'

 

저는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금 당장 커피를 달라는게 아니라요. 저를 먼저 달라는 의미가 아니고 미리 주문을 알아놓으시면 

더 시간절약을 하실수 있을것 같아서 말씀드렸어요'

이 말을 하려구 "지금 당장 달라는게 아니라요..." 까지만 말했는데

갑자기 좀전보다 더 큰 윽박지름이 돌아왔습니다.

"말씀을 하지 마세욧!!!!"

 

멍.........

저도 멍하고 제 옆에 선 손님도 멍하고 둘다 멍....

그런데 멍한 와중에도 시간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음에 다시 올게요" 하고 나왔습니다.

 

집에 걸어오면서도 '이게 뭔가?' 싶으면서 

도대체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멘붕이 계속됐습니다.

'세탁물 바리바리 들어서 내가 우습나? 모자 쓰고 마스크 쓰니까 어려보여서 무시하는건가? 내 옷이 너무 추레해서 그런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불쑥불쑥 분노도 밀려왔습니다.

물론 대화 중에 제가 말을 끊고 불쑥 끼어들었으니 

기분이 나빴을 수는 있겠다 싶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손님한테 입닫으라고 소리를 지를 만큼 큰 잘못인가?

 

남편하게 얘기했더니 남편이 저 마음 풀리라구 극한 욕을 갈려주길래 

막 웃음 터뜨리고 어느정도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야가 안정이 되자 

저는 비로소 그 사장 아주머니의 심리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된 주변 지인들을 봤을 때 젤 큰 변화 중 하나가 

아이의 시야로 세상이 재구성된다는 것인데요.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어땠으면 좋겠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아름다운 원칙들이 생기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자신의 아이로 보이는 사랑의 확장도 경험하게 되구요.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엄마도 새로 태어난다고 할까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이 떠지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살기에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

이것이 바로 엄마들이 모인 커뮤니티의 원동력이며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간혹 이 부분이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데요. 

지나치게 원칙적인 규칙에 사로잡혀 있다보니 

필요 이상의 분노와 트러블이 양산되게 되는 것입니다.

 

그 규칙들을 스스로에게도 강요하고 세상에게도 강요하면서 

규칙보다 현재 눈 앞의 사람과 관계가 우선임을 망각하고 맙니다.

그 여사장님의 경우도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본인의 아이들에게 수시로 주지시키며 각인시키셨을 것이고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보니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분노가 따라 올라올 수 밖에 없었을테니

손님을 막론하고 교육을 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엊그제 버스 안에서 겪은 일도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출근시간대 사람이 많이 들어찬 차 안에서 

여고생이 큰 책가방을 안고 자리에 앉아 졸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까?' 보고만 있어도 옛날 학창시절이 떠오르며 안쓰러웠지요.

그런데 그 여학생을 향해 어떤 아주머니께서 호되게 질책하시는 거에요.

그 자리가 노약자석이라는 것이었는데요.

"학생이 그 자리에 앉으면 안되잖아?!"

아이구야....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좌석 수가 적은 버스 안에서 노약자석이 지하철만큼 지켜지기가 어렵단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노약자석의 규칙이 피곤에 지쳐 자고 있는 학생을 깨워서 나무랄만큼 대단한 일인가?

자신에게만 소중하고 중요한 규칙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저 자신도 뒤돌아보게 되더라구요.

 

물론 기본적인 사회적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중요한건 맞지만 규칙 이전에 사람이 있는 것!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따스한 유연성은 절대 잊지 말아야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임을 깨닫게 되었지요.

 

오히려 규칙으로 인해 나도 불행해지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면

그런 규칙 따위는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는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요?

 

아메리카노가 보기 싫어질 정도로 호되게 당한 날이었는데요ㅎ

그래도 아메리카노가 무슨 죄랴~ 며칠동안 멀리했지만 오늘은 또 한잔 하러 나가봐야겠습니다.

역시 향기는 아메리카노 아니겠어요? 그렇죠 여러분?ㅎㅎㅎ

 

벚꽃이 무르익고 있는 아주 좋은 날입니다.

봄향기와 함께 아메리카노 한잔에 취하는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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