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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인연 아가새

행복가득    점프날짜: 2021-05-14 (금) 12:04   조회수(총): 4561

제가 그래도 꽤 오랜 인생을 살아왔는데 생전 처음 겪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갔는데 이 아가새 한마리가 저를 향해 돌진해서 날아오는거에요.

 

첨엔 날개만 보고 나방인줄 알았지요.

어느 사이에 사라져버려서 계속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찾다찾다 보이질 않아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제 가방 끈 위에 앉은 이 작은 새가 보였습니다.

 

"너 왜 여기 있어? 사람 안무서워?"

참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잠시 아가새를 바라보다가 

하늘에 날려줄려구 몇번 시도를 했습니다.

연거푸 공중으로 세차게 올려도 계속 도로 바닥에 떨어지고 움직이질 못하더라구요.

분명 무슨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손에 아가새를 조심스럽게 올린채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도 새는 많이 접해보질 않아서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를 몰라 당황스러웠지요.

첨에 생각난 것이 쌀이라서 쌀과 물을 박스 안에 넣어주었습니다.

담날 보니 뭘 먹은 흔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좀 힘은 생겼는지 자꾸 박스 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짹짹짹짹 곧잘 울기도 합니다.

 

아참! 그리고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잠깐 운동을 나간 새에 아가새가 박스 구멍에 붙여놓은 종이를 찢고 박스 밖으로 나온 거에요.

길냥이들이 참새 같은 작은 새들을 많이 잡아먹고

강아지들도 마치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죽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아가새에겐 저희집 동물들이 모두 천적일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박스를 높이 올려놓고 다른 동물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아가새는 거실바닥에서 천연덕스럽게 돌아다니고 있더라구요.

고양이들과 강아지들이 새가 돌아다니는 걸 보았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지요.

저에겐 동물들의 배려와 아가새의 생존이 기적처럼 생각이 됐답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다시 날려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시장에 부리나케 가서 새장과 새모이를 사왔습니다.

가게 사장님께 폭풍같은 질문들을 쏟아놓았지만 

가게 사장님은 아시는게 전혀 없더라구요ㅠ

새모이를 먹을지 안먹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야생에 살던 새는 식생활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본인도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답니다.

사진을 보여줘도 무슨 새 인지도 모르겠다고 해요.

"지가 살려면 먹겠지" 남의 일처럼 무표정하게 툭 던진 한마디가 참 얄미웠습니다.

 

결국 새모이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ㅠ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나서야 박새란걸 알게 됐습니다.

박새는 육식 조류라 주로 애벌레, 곤충 등등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계란 노른자, 미싯가루 같은 걸 섞어서 주었더니 잘먹더라는 포털사이트 검색글이 있어서 

저도 열심히 만들어서 아가새쪽으로 갖다대보았습니다.

콕콕콕 이쁜 부리로 찍어가면서 잘먹네요.

한고비 넘겼다 싶어 휴~ 다행스런 한숨이 나왔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쉽게 잡히는 경우

심각한 건강의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워낙 아기인것 같고 약해서 살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저에게 온 인연은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악의 경우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저희 남편은 '박새'를 검색해서 수명이 2~3년 정도밖에 안된다며 설레발을 치네요.

2~3년을 같이 살다가 헤어질 걱정을 벌써 하는 건데요.

"그래도 다행인건 새끼를 낳지 않으면 더 오래 살수 있다니까 잘하면 4~5년은 가지 않을까" 

당장 하루이틀이 힘든 박새 아가를 놓고 차암 먼 미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ㅎ

그런데 그때까지 박새가 건강하게 같이 지내면서 많은 추억을 만들어갈 상상을 하니

말만 들어도 위로가 되고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이래서 긍정적인 말들이 힐링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옆에서 쉴새 없이 짹짹짹 울어대는 소리에 마치 숲속에 있는 것 같은 청아한 느낌입니다.

도대체 왜 저에게 날아왔는지는 신만이 아시겠지요.

신묘하게 작용한 인연의 힘이 우리를 이끌어 이렇게 만나게 했으니

부디 같이 있는 동안 만큼은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그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연으로 돌아갈수 있기를 두손모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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