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댁에 가느라 여느때처럼 택시를 탔습니다.
한참 가고 있는데 기사님께서 "혹시 저 나무 이름 아세요?"
가리키시는 방향을 봤더니 하얀 꽃을 소복이 피운 나무들이
도로를 따라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마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을텐데 유심히 보질 않아서
길을 따라 저렇게 나무들이 있는지도 몰랐었네요.
기사님께서 말씀하시니까 비로소 제 눈에 들어온 빛나는 나무들...
갑자기 거리 분위기가 확 달라보였습니다ㅎ
기사님 말씀으로는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는 나무라고 하시는데
꽃이 꽤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금방 시드는 벚나무보다 훨씬 보기 좋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도통 이름을 모르겠다며 너무 궁금해하시더라구요.
제가 "사진으로 이미지 검색해보시면 나올거에요"했더니
뭘 할줄을 알아야지..하시면서 말끝을 흐리시네요.
사진 찍기엔 좀 멀지만 최대한 확대해서 나무를 찍은 후에 한번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흐릿해서 안나올 것 같았는데 우와~ 역시 포털사이트 검색은 최고네요!
<이팝나무>라고 답이 나왔습니다.
"아! 저게 이팝나무에요? 어쩐지 조팝나무랑 좀 비슷한것 같더라"
하시면서 기사님은 정말 좋아하셨어요.
꽤 오랫동안의 궁금증이 해소되셔서인지 뛸듯이 기뻐하시더라구요.
그리구 조팝나무의 꽃잎이 훨씬 크고 조금 일찍 꽃이 핀다고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제가 좀더 검색을 해보니 그동안 가로수로는 은행나무가 절대강자였는데
가을만 되면 열매와 꼬리꼬리한 냄새로 인한 전쟁 때문에
점차 가로수들이 이팝나무로 바뀌고 있다고 해요.
꽃이 마치 쌀밥처럼 생겨서 '이밥(쌀밥)나무'나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아주 옛날 거듭된 흉년과 보릿고개까지 겹쳐 굶어서 죽는 사람들이 허다한 시절에
젖을 갓 뗀 어린아이가 빈젖을 빨다가 세상을 뜨자
아이 엄마는 아이를 묻고서 그 앞에 이팝나무를 심었다고 하네요.
생전 구경도 못한 쌀밥을 눈으로라도 실컷 먹으라는 애틋한 모정인 것이지요.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이팝나무가 도심의 가로수로 돌아와서
또 다른 행복과 위안을 선사하고 있다고 하니
사연을 알고 나서 본 이팝나무는 더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그 택시 기사님은 나무와 꽃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셨는데요.
제가 "저희 동네 벚꽃 이뻐요"했더니
대뜸 "거긴 나무들이 작잖아요"하시네요.
"벚나무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나봐요?ㅎㅎ 전혀 몰랐네요"
"벚나무길 진짜 멋있는 곳 알려드릴까요?"
기사님은 서울 인근에서 가장 이쁜 벚나무길은 안양천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거긴 정말 나무가 크고 굵어서 양쪽 꽃들이 마치 동굴처럼 천정까지 연결될 정도라고 하네요.
그리고 아래쪽엔 개나리가 만발해 노란꽃과 흰꽃의 조화가 이루 말할수 없을만큼 아름답다고 해요.
게다가 꽃길이 아주 길기 때문에 오랫동안 산책하기에 더더욱 좋으니
다음에 꼭 가족들과 같이 가보라구 조언해주셨어요.
벚꽃길은 안양천! 앞으론 봄마다 가족들과 총출동 할것 같네요.
나무를 사랑하시는 기사님 덕분에 좋은 팁도 얻게 됐고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거리의 아름다움까지 알게 돼서
더더욱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같은 길을 수십번 오가면서도 어쩜 나무 한번 쳐다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앞으론 마음의 여유를 좀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해봤습니다.
여러분 주위엔 지금 어떤 나무가 있나요?
가끔 한번은 넓은 시야로 전환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심이 어떨까요?
오늘도 행복하고 온기 가득한 날 되세요~